우리대학, 내년부터 무전공 입학제도 시행
소수학과 존폐, 신입생 중도이탈 등 우려 제기돼
다양한 정책과 후속조치위 통해 대책 마련 노력 중
현재 국내 여러 대학이 본격적인 무전공 입학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우리대학 또한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입학 제도를 도입해 ‘열린전공학부’ 및 ‘바이오시스템대학(이하 바시대) 무전공 단과대학 전형’을 신설했다.
다양한 전공 선택의 폭, 우리대학은
‘무전공 입학’은 학과를 정하지 않고 입학한 신입생이 일정 기간의 진로 탐색 기간을 가진 뒤 전공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무전공 입학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하는 유형(이하 유형 1)과 계열 또는 단과대학 단위 모집 후 해당 단위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유형(이하 유형 2)이다. 우리대학의 열린전공학부는 유형 1, 바시대 무전공 단과대학 전형은 유형 2에 해당한다.
우리대학에 무전공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1학년 2학기 때 전공을 결정한다. 이들은 전공 선택 시에 인원 제한 없이 ▲경영대학 ▲경찰사법대학 ▲공과대학 ▲문과대학 ▲법과대학 ▲사회과학대학 ▲이과대학 ▲첨단융합대학 내 학부(과)/전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바시대 무전공 입학생의 경우, 학과별 입학정원의 50%에 한해 전공 선택 인원이 제한된다.
지난 9월, 우리대학은 첫 무전공 수시모집을 진행했다. 무전공 수시모집은 학교장추천인재 전형을 통해 시행됐으며, 모집 결과 열린전공학부 인문 부문은 14.14대 1, 자연 부문은 17.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바시대의 무전공 단과대학 전형 모집은 최종 15.33대 1의 경쟁률로 마무리됐다.
열린전공학부, 어떻게 시행되나
새롭게 도입되는 열린전공학부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우리대학은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선 융합교육 체계 구축을 위해 열린전공학부 입학생을 대상으로 ‘희망 전공 및 다전공 수요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수요조사는 입학 전부터 시작되며 희망강의 및 수강 자료 분석, 전공박람회 참여 조사, 열전라운지 상담에 따른 전공 선호도 분석을 통해 상시 진행된다. 수요조사 결과는 추후 선이수 교과목 개설 등 학사운영 방안 마련의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열린전공학부 학생들의 효과적인 전공 탐색을 위해 ‘맞춤형 DIY 전공 탐색 교과목’도 진행될 계획이다. 이는 42개의 전공 중 5개를 선택해 강좌를 수강한 후, 3개의 관심 전공을 선택해 각 전공별 5개 강좌를 추가 수강하는 방식이다. 열린전공학부 입학생은 선택한 3개 전공의 JA(Joint Appointment)교원과 1:1 상담을 통해 최종적인 전공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JA교원은 복수의 학과에 소속돼 학제 간 융합교육 및 연구를 담당한다. 더불어 Dream PATH의 진로진단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업흥미검사, 다중지능검사, 성격진로검사 등 다양한 상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열린전공학부 입학생을 대상으로 ‘다전공 이수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열린전공학부 학생은 선택 전공 외 복수·연계·융합·학생설계전공 등 다전공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우리대학 교무팀 관계자는 “열린전공학부 학생들이 다전공 이수를 통해 다양성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화쟁형 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열린전공학부를 둘러싼 우려, 해결의 열쇠는 어디에
한편 열린전공학부 신설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인기학과로의 인원 편중 △소수학과 존폐 우려가 대표적인 예다. 특정 학과로 인원이 집중되면 교원, 시설 등 기존 자원으로 증가한 학생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이는 소수학과의 존폐 위기로도 직결된다. 이러한 문제는 융합형 인재 양성 및 자율적 학문 수학을 표방하는 무전공 입학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우리대학은 열린전공학부 학생의 전공 선택 단계에서 전공별 인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에 2024학년도 제1차 광역화모집 후속조치 방안 수립위원회 회의에선 일부 학과로의 인원 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적됐다. 「광역화모집 후속조치 방안 수립위원회」(이하 후속조치위) 소수학과 학생대표 최재원(북한 23) 학우는 “열린전공학부는 취업에 유리하고 인기가 많은 학과로 인원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는 학문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전공별 인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교육부 지침을 따른 것”이라며 “네 차례에 걸친 전공 선택 수요조사를 통해 특정 학과로의 인원 편중 문제를 보완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어 “△소수학과 존폐 우려엔 모집 단계에서 해당 학과 정원의 1명만을 열린전공학부 모집 인원으로 할당하는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기학과로의 인원 편중으로 인한 ‘특정 강좌 쏠림’을 방지하고자 강좌가 확대 개설될 예정이다. 교무처, 다르마칼리지, 학생처의 ‘광역화 모집 입학생 교육 및 지원 방안’에 따르면 수강생이 학부(과)/전공의 입학 정원의 30%를 초과할 경우 강좌가 추가 개설된다. 또한 수강정원의 130% 이상이 희망 강의를 신청할 경우 분반이 허용된다. 특정 학과에 많은 수의 학생이 집중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교원 수가 부족해지는 것도 우려 중 하나다. 이에 우리대학은 열린전공학부 소속 전임교원을 신규 초빙하고, 학과별 41명의 JA교원을 선발해 교수 부족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다.
전공 강좌 폐강 기준도 보완된다. 기존에는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폐강 여부가 결정됐으나 앞으로는 ‘재학인원’을 기준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제까진 입학정원이 30명 이하인 학과의 전공 강좌는 수강신청 인원이 5명 이하일 때 폐강됐다. 그러나 조정된 기준에 따르면 평균 재학인원이 30명 이하인 전공 강좌는 수강신청 인원이 5명 이하일 때 폐강이 이뤄질 예정이다. 더불어 평균 재학인원이 10명 이하인 경우에는 수강신청 인원이 3명 이하일 때 폐강된다.
△신입생 중도이탈 역시 열린전공학부 시행에 따른 우려다. 열린전공학부 재학생은 각자의 세부 전공을 2학년 진급 시 선택하기에, 다른 학과 학생들에 비해 구성원 간 소속감과 친밀감을 도모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열린전공학부 학생은 학과 내 소속감이 부족하고 정체성 또한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역량개발팀 산하 학생 단체 ‘동국 108리더스’가 주관하는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통해 열린전공학부 입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열린전공학부 학생이 휴식 및 학습할 수 있는 복합 공간도 혜화관에 조성될 예정이다.
후속조치위, 학생 위한 제도 만들고자
열린전공학부 개설이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일각에선 열린전공학부에 대한 재학생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우리대학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후속조치위를 구성했다. 후속조치위는 교무팀, 단과대학 학장, 다르마칼리지 학장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및 교내 유관부서 등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열린전공학부 개설이 확정되지 않았던 작년의 경우, 후속조치위는 주로 광역화 모집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열린전공학부 신설이 확정된 현재는 우려사항에 대한 대비책과 향후 학사 제도 개편 및 운영 방안을 의논 중이다. 금년도 후속조치위 회의는 총 두 번 진행됐으며 △소수학과 인원 미달 보호장치 △전공 탐색 교과목 개설 및 운영 개편안 △사회복지학과 전공 수업 이수 지체로 인한 초과 학기 등의 안건이 논의됐다.
그러나 후속조치위만으로 무전공 입학 제도를 논의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후속조치위 소수학과 학생대표 최 학우는 “학생과 학교 간의 소통 창구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학생 위원이 후속조치위 회의에 참석하지만, 열린전공학부가 곧 신설될 예정인 만큼 별도로 학교와 학생자치기구 간 대화 창구가 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승우(철학 21) 후속조치위 위원장은 “무전공 입학 제도의 요점은 입학생들의 전공 탐색”이라며 “학교 측의 정책이 열린전공학부 학생들의 전공 탐색에 진정으로 도움 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열린전공학부가 문제없이 시행되기 위해선 꾸준히 발전을 견인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열린전공학부는 자유로운 학습의 장을 만들고, 학문 간 융합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기대의 목소리에 더해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필연적인 문제 역시 존재한다. 학교 안팎에서 거론되는 우려를 극복하고, 무전공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